TV에서도 광고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극장에서 항상 나오는 광고중에 대림건설의 지구를 살리자는 캠페인이 있다. 예전에는 어려운 싸움을 벌이자는 식의 비장한 멘트를 들고 나오더니 요즘은 컬투가 부르는 유쾌한 노래에 맞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광고로 광고 자체만 놓고 보면 참 훌륭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생태계가 위기에 있으니 환경을 보호하자 이런 취지도 참 좋고 하지만 한번더 생각해 보면 '광고를 만든 광고주야 말로 환경파괴의 대표적인 기업 아닌가? (특히 요즘은 4대강!!)' 하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이 광고 뿐 아니라 온갖 미디어와 거리에서 접하는 수많은 기업 광고들이 겉으로는 무슨 환경이 어쩌고 빈곤퇴치가 어쩌고 하지만 그 기업들이 과연 그들의 홍보비 만큼이나 환경이나 빈곤퇴치 또는 노동자와 협력업체들을 위해서 투자를 할까 생각해보면 딱히 그럴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게 사실이다.(노조 탄압에 협력업체 착취, 불법증여, 세금 탈세, 환경파괴등 온갖 불법 편법을 다 저지르면서 앞으로는 가족이네 사랑이네 고객이네 주구장창 광고하는 꼴이란..)
그렇다면 왜 요즘 기업들은 환경과 빈곤퇴치와 같은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걸까? 경영자들이 갑자기 휴머니스트라도 된걸까?
현대 마케팅의 대가중의 대가인 필립코틀러의 이번 신작을 보면 위와 같은 질문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저자는 현재 시장은 시장 3.0 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런 3.0 시장에서 생존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마케팅도 변해야 한다는 것.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요인으로서는 '참여의 시대', '세계화의 시대', '창의의 시대' 이 세가지를 꼽고 있는데 즉 저자가 뉴웨이브 기술이라고 이야기 하는 참여와 협업의 도구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정보의 유통과 생산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고 있으며 국적을 초월한 전세계적인 브랜드의 탄생과 글로벌한 문화 마케팅의 탄생, 그리고 과학, 예술 전문서비스와 같은 창의적 직업이 각광받는 창의적 시대의 도래이다.
시장 1.0이 제품 중심의 시장으로써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제품 생산 관리 및 제품에 대한 차별성에 대한 포지셔닝이었다면 시장 2.0에서는 제품에 대한 차별이 약해지고 소비자들이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마케팅의 중심은 제품에서 소비자로 이동하고 논리보다 마음(감성)에 호소하기 시작하고 제품을 파는것이 아니라 경험과 브랜드를 판매하는 것으로 변화했다면 (요즘 한창 각광받는 체험 마케팅, 감성 마케팅, 스토리 텔링이 마켓 2.0 단계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장 3.0 에서는 논리와 감성을 떠나 영성 (영혼)을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위해 기업들은 단순한 마케팅 구호로써가 아니라 시장 3.0 시대에 맞는 가치있는 미션과 가치와 비전을 세우고 이를 소비자, 기업구성원, 협력사, 주주들에게 끊임없이 이를 전달하여야 하며 사회 문화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혁신, 빈곤 퇴치를 위한 노력등 새로운 시장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자크 아탈리가 경제 위기 이후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한 "살아 남기 위하여"에 보면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기업이 역설적으로 다른 여느 기업보다 생존에 유리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고 최근에 맥킨지에서 발표한 메가 트랜드에도 사회적 기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꼭 사회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단순한 소비자의 니즈를 넘어 소비자의 영성을 만족시키고 전지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말은 무척이나 공감이 가고 개인적으로도 그러한 소비를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에서 일을 하게 되면 더욱이나 좋을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고나서 드는 또한가지 생각
자본 증식만을 하나의 목표로 삼아왔던 냉혹한 글로벌 기업이 인간의 얼굴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희망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어쩌면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비만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빈곤을 퇴치하고 약자를 보호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정치적 의제들을 기업들의 손에만 맡겨 둘 수 있을까? 아니 그들의 선의를 믿을 수는 있을까? 아무리 비젼과 미션과 가치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해도 허울 좋은 마케팅적 수사와의 차이는 얼마나 되며 또 구별 할 수는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전세계적으로 따듯하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 거기다 공정무역 이미지도 선점한 -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극렬 시오니스트이고 스타벅스에 지불한 돈의 일부는 팔레스타인에 폭탄이 되어 떨어질지도 모르는 현실은 뛰어난 마케터들과 홍보 전문가들에 의해 꼭꼭 숨겨지는 사례를 봐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ps. 책에는 영혼이란 말이 많이 쓰이는데 사실 영혼이란 말은 너무 비과학전 단어가 아닌가?
뇌과학자들은 뭐라고 이야기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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