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포스팅이다..^^;;

역시 이번에도 잊어먹기 전에 읽은 책에 대한 간략한 감상들


마술은 속삭인다 - 미유끼 미야베

일본 만화야 많이 봤지만 소설은 어쩌다 보니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말고는 유명한 하루끼도 안 읽어봤는데
우연히 이번에 미유끼 미야베라는 작가를 알게되서 읽어보게 된 책인데
과연 일본 대중소설의 정점이라는 평처럼 재미와 몰입도가 대단하다.
어릴적 아버지가 회사의 공금을 횡령후 도주를 해서 엄마와 둘이 살아온
주인공 마모루는 고등학교때 엄마마저 죽게되서 도쿄의 이모네서 함께 사는데
택시운전을 하는 이모부가 어느날 교통사고 혐의를 쓰고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고
이모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마모루가 직접 나서게 된다.
단순한 교통사고 인줄 알았던 사건은 사건의 배후에 다가갈수록 복잡해지고
결국에는 사건의 비극적인 전모가 드러나게 되는 내용.
미스테리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단순한 트릭을 밝혀내고 범인을 찾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뛰어난 장르 소설이 그렇듯이 단순한 개인의 실수와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원인이 잘 녹아나 있다. 여기서는 주로 산업사회에서 인간관계와 마음이
상품화 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운데 책에 나온 구절중 일부분
"...퇴근하고 집에 가면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주말이 되어도 갈곳도 없는 사람들, 저녁을 먹기 위해 편의점에서
일인분의 햇반을 사가지고 가는 사람들..."
이부분 읽으면서 울컥했다..ㅠ.ㅠ



화차 - 미유끼 미야베

마술은 속삭인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미유끼 미야베 여사의 또다른 베스트셀러인 화차를 사서 읽음
이야기는 업무중 부상을 당해 휴직중인 형사 혼마에게 찾아온 친척이
행방불명된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시작한다.
결혼을 앞에 둔 약혼녀는 신용카드를 만들러 갔다가 신용불량 경력이 있었음이 밝혀지고
며칠만에 감쪽같이 사라진 것. 그런데 사라진 약혼녀의 주변을 조사하다 보니
그 약혼녀의 신분은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신분을 훔친것임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그 원래의 신분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 있으며 약혼녀는 실제로 누구인가?
혼마는 형사로써의 능력과 인맥등을 동원하여 두사람의 실체에 다가가며
그들이 그렇게 신분을 얻고 잃게된 이유를 알아가게 된다.
남들과 다를바 없었던 평범했던 두 젊은 여성이 비극에 빠진 이유는 바로 신용카드와 대출.
돈을 빌려 소비를 하라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신용카드와 악질적으로 폭리를 취해서
가정과 채권자를 파멸시키는 사채업자등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현대의 금융시스템에 의해
원치 않은 길을 가야만 했던 범죄자에게 분노보다 연민이 깊게 느껴지는 작품



행동경제학 - 도모노 노리오

경제학의 기본 전제중 하나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로 정확한 계산과 합리적 판단을 통해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완벽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인간은
전제와 같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때로(혹은 항상?)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련의 경제학자들은 수식과 그래프로 가득차 있던
경제학에 심리학을 도입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을 만들어 내었다.
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 프로스펙트 이론과 휴리스틱과 바이어스 이론등
인간의 행동을 통한 경제학은 나름 신선한 부분도 있긴 한데 경제학자들은 참 별걸
다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시종 지울 수 없었다..^^



미국의 송어낚시 - 리처드 브라우티건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책이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구입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가 일본판 미국의 송어 낚시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 재미있는 책인가 보다 했는데
휴..이거 머라고 해야할지
줄거리는 해체되어 있고 이렇다할 사건도 등장인물도 없는데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는 그렇더라도 일단 굉장한 유머가 포함되어 있고
읽고 나면 "야구"가 상징하는 게 무언지 대충 알것 같은데
송어 낚시는 산업화에 따라 잃어버린 목가적 풍경과 자연적인 삶 머 그런거 같긴 한데
문화적 차이인지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힘들더라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슨

어느날 갑자기 사람의 얼굴과 사물의 형태를 분간할 수 없게 된 음악교사, 과거는 기억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현재까지는 기억할수 없는 남자, 왼쪽을 볼 수 없는 여자, 밤마다 침대에서
떨어지는 남자, 예술적 혹은 수학적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자폐아, 바흐 전곡을 외우는 백치등
신경학자 올리버 색슨이 접한 다양한 신경장애 환자들이 보였던 증상들중 몇가지 예이다.
질병과 사고로 인해 뇌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이러한 신경장애 환자들은 때로는 병원과
본인의 치열한 노력에 의해 치료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신경장애를 받아들이고 신경장애와 함께 살아가거나
때로는 장애를 이기지 못하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들을 접하면서 작가는 과연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영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장애속에서도 영혼을 찾고 존엄성을 지켜가려는
환자들의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다.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 데이비드 베레비

우리나라처럼 우리편 내편 나누는게 심한 나라가 또 있을까?
지연과 학연이야 말할 것도 없고 시대가 지나도 남아 있는 지역감정,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
거기에 그것도 모잘라 이제는 혈액형을 가지고 같은 혈액형이니 아니네
이책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은 제목 그대로 그런 무리를 나누는 행위야 말로
편견과 착각일 뿐이라고 통렬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심리학과 뇌과학등의 성과를 가지고 주로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은 인종, 민족등의 전통적인
구분 또한 그들 사이의 다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뇌의 평균화 작용, 스테레오 타입
등을 통해 생겨난 구분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즉 인간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모인 사람끼리 비슷해지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보호받기 위해 무리를 나눠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읽고 나면 아주 속이 후련해지는데 편가르기 좋아하는 울나라 사람들이 한번씩 읽어 봤으면 싶다.




빈곤의 종말 - 제프리 삭스


과잉 생산의 시대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방등 아직도 세계의 1/6은 하루 1$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 국가이다. 이들의 빈곤은 왜 시작되었으며 글자 그대로 전세계적 빈곤의 종말이란 가능할까?
이러한 야심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책은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2050년이면 전세계에서 극단적 빈곤은
사라지게 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살에(!)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 자리에 오른 제프리 삭스는 이후 볼리비아, 폴란드, 소비에트 연방에서
막 분리된 러시아, 중국등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는 곳에서 국가 경제 자문을
통해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걸 가까이서 목격한 저자는 관심을 다른 빈국으로 돌려 전세계가 힘을
모으면 지구상에서 극단적 빈곤을 없앨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일단 사스는 극단적 빈곤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총,균,쇠"에서 주장한것처럼
인종적 차이가 아닌 지역 환경적인 원인에서 비롯되었으며 이것이 산업사회를 거치며 더욱더
차이가 커졌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빈곤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병리학자처럼 복합적인 진단이 필요하며 진단에 따라 식량, 교육, 보건, 인프라등
체계적인 지원과 그를통해 경제 성장의 사다리에 올라 갈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진국들의 지원이 절실함을 이야기 하고있다.
이 책에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로 UN등의 국제 기구의 역할과 함께 선진국 GNP의 0.7%를
지원하기로 한 국제적 협약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극단적 빈곤을 없애는 것은 부국의 부를 뺏어오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의 극단적 빈곤을
없애고 절대 빈곤국을 세계 경제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것은 오히려 그러한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어려운 경제적 수치 대신 저자가 실제 경험했던 사례들 - 경제 발전과 빈곤을 없애기 위한 지구상의 연대들- 은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저자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무척 희망적이다.
세계화가 되려면 이런게 세계화지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데 한가지, 저자는 극단적 빈곤 국가의 경우
농업의 안정화 이후에 초국적 기업들의 생산 기지로써 편입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확실히 방글라데시의 예를 봐도 선진국의 반 세계화 운동가들이 무작정 나이키와 갭을 향한 비판은 100%

옳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초국적 기업들은 윤리적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며

특히 우리나라 처럼 극단적 빈곤이 거의 사라진 나라에서의 세계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Posted by bec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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